설비건설업에 필요한 보증과 융자 등 조합원들의 경영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1996년 탄생된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이 노사간 갈등을 풀지 못하며 청산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이사장 김기석)은 지난 5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조합의 해산 및 청산결정을 통과시켰다. 지난 7월 19일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 노동조합(위원장 이종우)이 자율 경영 침해와 근로 조건 악화를 이유로 무기한 파업에 들어간 지 48일 만이다.
파업 돌입
노동조합은 지난 7월 18일 조합원 68명 중 64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18차 임시총회를 개최하고 57명의 찬성으로 파업에 돌입했다.
이날 노조는 비상임 감사의 자율 경영 침해와 경영진들의 부실경영을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사측이 제시한 임금 피크제와 임금 차등제로 근로 조건이 저하된다는 이유도 들었다.
직장 폐쇄
조합은 노조의 파업 열흘 만인 7월 28일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조합은 이날 공고문을 통해 파업행위 종료 때 까지 직장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조합은 본부와 전국 6개 지점에 대한 조합원 63명의 출입을 불허했다. 노조의 쟁의행위로 인해 더 이상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해산 절차
직장 폐쇄조치에도 불구하고 '경영상무 퇴진'까지 추가적 요구를 하고 있는 노조의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인지한 조합은 급기야 청산절차를 밟게 된다.
조합에서 일하는 직원 2급 13명이 최근 노조에 가입하면서 극심한 업무차질이 빚어지자 조합 측의 ‘해산’ 카드가 현실화 됐다는 후문이다.
조합은 지난 5일 이사회를 개최해 해산 및 청산결정을 하면서 9월 중 운영위원회를 거쳐 10월 총회에서 의결로 결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노조의 활동 범위를 넘어선 무리한 요구를 더 이상 용서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의 ‘최후 통첩’인 셈이다.
갈등 쟁점
조합은 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한 비상임감사와 경영진의 퇴진 요구를 도저히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부당한 경영간섭이라는 판단이다.
또 노동조합과 지난 7월 15일 단체협약 개정과 임금인상안을 골자로 합의했지만 노조에서 3일 만에 철회한 것에 대해 내부의 불손세력 개입에서 비롯됐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조합원들의 움직임도 심상찮다. 사실상 마비사태로 이어지고 있는 조합의 업무를 감수할 이유가 없다는 분위기다. 조직해산 절차가 어렵지 않게 진행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한 노조의 입장도 강경 대응이다.
“사측이 사태 해결의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대화에 나서는 것은 무의미하며 경영진 사퇴만이 대화의 선결조건이다”
국토부와 국회 등 외부기관과의 접촉을 시도하며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는 노조는 사측과의 대화 자체를 거부하며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당초 노조는 조합 이사장과 비상임 감사의 퇴진을 요구했지만 이를 관철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으로 알자, 최근 경영상무의 퇴진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파업철회의 명분을 얻기 위한 조치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설비건설업계 관계자는 “서로의 입장만 확인하고 비판하면서, 대화 없이 갈등만 이어지다보면 결국 노사 모두가 공멸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모두가 살 수 있는 길을 찾는 ‘조건 없는’ 대화의 장을 시급히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끝장 토론’ 형식으로 조직의 문제점을 대화로 풀어가며 노사 모두가 상생하는 길을 찾는, 가장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선택을 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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