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인자에서 마침내 1인자로 등극함
앞 장에서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오다 가문 내 2인자 그룹으로 올라서기까지의 과정을 서술하였다. 한편, 이렇게 히데요시를 발탁하고 밀어주던 주군 오다 노부나가(織田 信長)는 평소 자신이 믿고 일을 맡기던 주요 지휘관이자, 히데요시와 마찬가지로 2인자 내 선두 그룹 중 하나였던 아케찌 미쓰히데(明智 光秀)의 배신으로 숙소이던 본능사(本能寺, 혼노지)에서 비참한 죽음을 당한다. 미쓰히데는 당시 대략 6명 가량인 다른 2인자 그룹 지휘관들이 전부 타 지역 정벌에 나간 틈을 타서 권력의 공백이 일어나자 평소 권위적이고 독재적인 노부나가에 대한 깊은 원한을 풀고 자신이 1인자로 올라서기 위한 권력욕에 휩싸여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이 소식을 들은 히데요시는 향후 미래의 1인자는 미쓰히데를 타도하는 자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명분과 비전을 읽고 즉시 미쓰히데 타도를 실행에 옮긴다. 시바타 카츠이에, 니와 나가히데, 타키가와 카즈마스, 이케다 츠네오키 등 오다군단의 다른 2인자 그룹들이 노부나가의 명령에 따라 전부 각지에서 정복 전쟁을 벌이고 있던 관계로 부대를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사이에, 자신만 유일하게 정복 전쟁의 상대방인 모리(毛利) 가문을 회유하여 휴전 협상을 맺고 불과 30시간 만에 70km를 주파하여 신속하게 부대를 회군하였던 것이다.
그 비결은 히데요시가 퇴각하기 전에 미리 발이 빠른 사람을 시켜 병사들이 지나게 될 길목에 위치한 마을마다 돈을 주거나 회유해놓고 병사들이 도착하면 바로 바로 물과 식사를 전달받을 수 있도록(즉, 마치 현대 마라톤 경기에서 선수들이 달리는 와중에도 먹고 마실 수 있도록 하는 것처럼) 해둔 뒤에 보급 없이 무장을 최소화한 병사들을 보내는 방법으로 빠른 속도로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이 가능했다고 한다.
당시 미쓰히데 배신과 노부나가 암살이라는 큰 사건을 접하고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거나 혹은 납작 엎드려 눈치만 살피던 다른 영주들도 결국 히데요시의 깃발을 따를 것을 결정한다. 그들은 주군의 복수라는 대의명분과 더불어 미쓰히데를 이기면 자신의 영토의 대폭적인 확장이 가능한 반면, 히데요시를 따르지 않을 경우 추후 어떤 보복 조치가 따를지 모른다는 실리적인 계산 끝에 일제히 히데요시를 주군으로 섬기고 미쓰히데 타도의 대세에 동참하게 된 것이다.
히데요시가 주군인 노부나가의 죽음을 알고, 원정 정벌의 상대방인 모리 가문과 휴전한 후, 자신의 부대를 회군하고 지지 세력을 모아 최종적으로 미쓰히데를 타도하기까지 걸린 총 시간은 열흘을 채 넘기지 않았다. 이후 히데요시는 미쓰히데 반란 토벌의 실적을 바탕으로 일본 내 1인자의 지위에 올라서게 된다.
도요토미 히데요시 편을 마무리하며 끝으로 다시 한 번 히데요시의 처세술 원칙을 한 마디로 강조하자면, “철저히 조직의 방침에 순응하라. 단, 기회가 있으면 반드시 치고 나가라.” 로 요약할 수 있다. 기회가 오기까지는 계속 노력하고 학습하며, 다른 사람들을 동료로 끌어들이고 최소한 적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설득하거나 회유하고 심지어 비굴하게까지 보일 정도로 굽히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한번 기회가 오게 되면 절대 이를 놓치지 않고 어떤 위험도 무릅쓰고 과감한 결단과 매서운 실행력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후일 히데요시가 만년에 일으킨 임진왜란 시에는 말도 안 되는 전략적 판단과 무모한 명령을 거듭하였지만, 적어도 1인자로 올라서기까지의 히데요시의 전략과 경제는 최하층 계급인 맨손에서 일본 내 최고의 자리에까지 오른 일대 영웅으로서의 풍모를 풍기는 것이 사실이다. 임진왜란으로 인해 수많은 전쟁 피해를 한국, 중국 뿐 아니라 일본에도 입혔지만 일본 민중들이 아직까지도 히데요시를 칭송하는 이유는 혈연과 가문을 철저히 따지는 일본 내 사회 분위기에서 그만한 성공 사례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일본 역사가들도 대부분 히데요시의 노망에 가까운 만년과 임진왜란의 실패는 되도록 감추고 전반부의 성공적인 생애에만 집중하여 조명하는 경향이 아직까지도 이어지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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