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칼럼에서는 패션과 비주얼에 관련하여 좀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사례 제시를 하고자, 패션으로 출세의 길을 트게 된 역사적인 일화를 제시해 보도록 하겠다. 앞서 2인자에 대한 내용에서 자세히 설명한 도요토미 히데요시(1537년~1598년) 와 동일한 시대를 살며 일본 전국시대의 격랑을 헤쳐나간 야마우치 카즈토요(山内一豊, 1545년~1605년) 와 그의 처 치요(千代) 의 이야기는 일본에서는 유명한 이야기이며 과거 일본 초등학교(* 일본식 표현으로는 소학교) 교과서에도 본 출세의 내용이 오르기도 한 내용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가신인 무사 야마우치 카즈토요의 아내 치요는 시집올 때 지참금으로 황금 10매를 가져오면서, 아무리 가난해도 절대로 살림에 보태 쓰지 말고 남편이 가장 중요한 일을 겪을 때 쓰라는 친정집의 교훈을 간직하고 산다. 참고로 이때는 아직 일본 내 각 지방 영주들간의 전쟁이 수시로 있던 전국시대 시절이라 부대 지휘관들은 항상 자신들의 배고픔을 참고 절약하면서 한편으로 전쟁터에 나갔을 때 도움을 받아야 할 부하들과 그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시대였다.
그러던 어느 날, 히데요시와 카즈토요의 주군(최고 보스)인 오다 노부나가는 일본 천황 앞에서 오다 가문의 주요 지휘자급 전원이 참가하는 기마 열병식을 거행하기로 결정하였다. 일본 전국에 자신의 위세를 자랑하여 일본 통일을 앞당기게 하기 위한 이벤트 행사였던 것이다. 이 열병식을 3개월 가량 앞두고 일본 전역에서 소문난 훌륭한 말을 사고 팔기 위해 말 상인들이 몰려든 큰 시장이 열린다. 현대로 치면 당시 오다 노부나가는 일본 최대 그룹의 오너이자 회장이며,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계열사 사장, 카즈토요는 초급 임원~부장급 정도로 비교할 수 있는데, 카즈토요는 이 말 시장에서 엄청나게 훌륭한 말을 발견하나 가격이 무려 황금 10매에 달해 가난한 무사의 입장에서 도저히 살 수 없는 것이라고 포기한다.
당시 전쟁터에서 가장 선두에 서야 하고 눈에 띄는 역할을 맡게 되는 기마무사의 입장에서는 말이 가장 중요한 무기이자 패션이었던 것이나, 그만한 말을 살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를 알게 된 아내 치요는 그 동안 아무리 생활이 힘들어도 절대 쓰지 않고 아껴뒀던 황금 10매를 과감히 투자하여 말을 사들인다. 남편이 전쟁터에 나가서 사기가 죽지 않도록 기운을 북돋아줄 뿐 아니라, 오다 가문에서 아무도 선뜻 사지 못했던 값비싼 말을 사들여 가문 전체, 아니 일본 전체에 남편의 이름을 드높인 결과를 이룬 것이다.
(* 주: 황금 1매는 쌀을 14가마니 살 수 있었다고 전해지며, 그 당시 하급 무사의 연봉이 쌀 14가마니 라고 하므로, 대략 하급무사 1명의 10년분의 연봉에 해당한다. 현대의 한국으로 치면 기업체 신입사원이나 하사관급 1명 연봉의 10배라고 추산할 수 있으며, 대략 최고급 스포츠카 1대 가격 정도에는 해당될 것이다.)
이 소문을 들어 알게 된 오다 노부나가는 “일본 최고의 말을 황금 10매라는 높은 가격에 살 수 있는 곳은 오다 가문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말 상인이 먼 곳에서 일부러 찾아왔는데 가문 내에서 아무도 사지 못했다고 하면 가문의 명예가 실추되는 것이며, 이는 곧 나의 명예가 실추되는 것이기도 하다. 카즈토요는 현재 부하를 거느리기에도 벅찬 가난한 살림이라고 들었는데, 그 와중에도 비상시를 대비해서 큰 돈을 준비하였고 이러한 말을 살 수 있었다. 무사의 마음가짐과 행동은 마땅히 이래야 할 것이다” 라고 얘기하면서 천황 앞에서 행해지는 기마 열병식에 카즈토요도 메인 행렬의 하나로 참석하도록 하였다. 여기에서 카즈토요는 일본 전역에 자신의 이름을 날리게 되고 후일 일본 도사(土佐)지역 24만석의 영주로 출세하게 되는 기반을 다졌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패션과 비주얼의 전략과 경제에 관한 상식적이고 간단한 조언을 조금만 더 드리며 본 칼럼을 정리하고자 한다. 패션과 비주얼은 결코 큰 돈을 들여서 하는 것이 아니다. 얼마든지 전략적이고 경제적으로 접근하고, 시간(Time), 장소(Place), 상황(Occasion) 에 맞게 깔끔한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예를 들어, 한국 사람들이 해외 여행을 갈 때 허름한 옷이나 아웃도어를 입고 외국 공항에 나타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것은 전략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대단히 잘못된 판단이다. 본인은 편한지 모르겠지만 생전 처음 보는 외국의 입국 심사 직원 입장에서는 옷차림이 허름한 사람은 당연히 의심이 가게 되고, 괜히 불러다 뭐라도 조사하고 싶게 되기 마련이다. 그들은 단 2~3초만의 첫인상으로 이 사람이 제대로 관광이나 비즈니스를 할 사람인지를 체크하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최근에는 유니클로, Zara, H&M 등의 패스트 패션이나 모바일 쇼핑몰같이 매우 저렴하고 깔끔한 옷을 구입할 수 있는 경로들도 많고, 아무리 최신 유행의 비싼 옷이라도 동대문에서는 거의 유사한 디자인의 옷들이 바로 바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적어도 한국 내에서는 자신이 조금만 신경 쓰고 노력한다면 패션과 비주얼 업그레이드는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위의 모든 것을 뛰어넘는 가장 좋은 패션은 두말할 것 없이 자기 내면의 패션이다. 지적 능력과 겸손함, 타인에 대한 배려 등의 글로벌 매너를 초월하는 패션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다만 남들이 곧바로 내면의 패션을 인지하기에는 조금 시간이 걸리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상황에 맞춰 적절한 패션 전략으로 보완하는 것일 뿐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브라질이 낳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소설가 파올로 코엘료 (Paulo Coelho) 가 그의 저서 ‘흐르는 강물처럼 (Like the Flowing River, 2006)’ 에서 우아함에 대해 설명한 내용으로 패션과 비주얼 부분을 마무리하겠다. “우아함은 흔히 깊이가 없이 혼동될 때 겉모습이나 패션과 착각하게 된다. 이것은 심각한 오해이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행동과 자세에 우아함이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우아함이란 단어는 훌륭한 취향, 온화함, 균형감각, 그리고 조화라는 단어와 같은 의미이기 때문이다. (Elegance is usually confused with superficiality, fashion, lack of depth. This is a serious mistake: human beings need to have elegance in their actions and in their posture because this word is synonymous with good taste, amiability, equilibrium and harmon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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