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생태계에서 미국과 한국 변호사 역할 차이
시장조사 전문 기관인 IBIS World에 따르면, 2019년 미국 로펌 시장 규모는 약 3,139억 달러 (한화 약 372조 원) 에 육박한다. 반면 2019년 한국 법무법인 및 법률사무소 시장 규모는 6조 3천억 원 수준이다. 미국과 비교해 50배 이상 작은 규모다.
이처럼 법률 시장 규모가 큰 미국에서는, 스타트업 생태계를 위해 전문적으로 활동하는 로펌이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그 배경에는 한국과 다른 투자 계약 방식과 법률 체계가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한국은 회사와 투자자 간 ‘개별 투자 계약서’를 작성한다. 반면 미국의 경우 1회의 투자 라운드에 참여하는 모든 투자자가 ‘하나의 투자 계약서’를 만든다. 이 때문에 미국은 당사자 간 복잡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이에 투입되는 방대한 시간과 위험을 줄이는 것이 변호사의 역할이다.
또한, 한국의 성문법 체계와는 다르게 미국은 판례법 체계가 존재하며, 주 (States) 마다 입법권이 다르다. 이 때문에 법률 입법 정책에 대한 로비스트도 변호사 업무 범위에 포함되기도 한다. 또한, 미국은 입법권이 다른 동시에 관할권 (Jurisdiction)도 달라, 각기 다른 법률이 적용된다. 이는 국제법에도 적용되며, 최근처럼 외국인 직접 투자 / M&A / 플립 (투자·법률 회피·고객 확보 등의 이유로 타 국가에 본사를 새로 설립하는 행위) 등이 활발한 시점에서 불분명한 중간지대 (Gray Zone) 를 줄이는 것이 변호사의 역할이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활동하는 글로벌 Top 3 로펌
벤처캐피탈, 사모 펀드, M&A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는 PitchBook에 따르면, 벤처캐피탈과의 거래 건수 기준 2020년 글로벌 Top 3 로펌은 1위 Gunderson Dettmer, 2위 Cooley 그리고 Wilson Sonsini가 3위로 뒤를 이었다. 이 세 회사 모두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 레드우드시티와 팔로알토에 본사를 두고 있다.
클라이언트 투자 단계별 거래 건수 순위는 Gunderson Dettmer가 ▲ Early Stage 1위, ▲ Late Stage 1위, ▲ Exit 4위를 기록하였으며, Cooley는 ▲ Early Stage 2위, ▲ Late Stage 2위, ▲ Exit 1위를 기록했다. Wilson Sonsini는 ▲ Early Stage 4위, ▲ Late Stage 3위, ▲ Exit 3위를 기록했다.
특히 Gunderson Dettmer는 ‘소송’을 담당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은 벤처캐피탈을 위한 펀드 관리와 자금 조달 등을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온라인 펀드레이징 포털’을 제공하여, 투자자가 PC와 모바일을 통해 가입 자료를 작성하고 서명할 수 있는 자체 플랫폼을 제공한다. 이는 펀드 형성에 불필요한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기업과 투자자에게 효율적인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외에도 기업 스테이지별로 다양한 법률 자문 서비스를 제공한다.
Cooley는 IPO와 바이오 분야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PitchBook에 따르면, Cooley는 2014년부터 모든 산업 분야에 걸친 IPO 관련 자문 1위 로펌이자, 지난 15년간 Venture-backed IPO 관련 자문 1위인 로펌이다. 과거 ‘퀄컴’과 최근 ‘Zoom’의 IPO를 자문하였으며, Wall Street Journal에서 발표하는 ‘Billion Dollar Startup Club’의 1/3 이상을 클라이언트로 두고 있다.
Wilson Sonsini는 ‘애플’의 IPO 자문사이며, 초기 ‘구글’에 지분 투자하여 업계에서 자주 회자된다. 구글 창업 초기에는 현금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 파트너 변호사들에게 자문료 대신 ‘지분’을 제공했다. 이후, 초기부터 관계를 맺어온 덕에 IPO나 주요 딜에 대한 자문을 전담하여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 이외에도 Crunchbase 기준 89건의 지분 투자를 진행하였으며, Top 3 로펌 중 직접 투자 횟수가 가장 많다.
글로벌 로펌들의 섹터별 거래 건수 순위는 아래와 같다.
▲ 소프트웨어: Gunderson Dettmer - Cooley - Orrick, Herrington & Sutcliffe 순
▲ 바이오 및 신약: Cooley - Wilson Sonsini - Goodwin 순
▲ 헬스케어 디바이스: Wilson Sonsini - Cooley - Gunderson Dettmer 순
▲ 커머셜 서비스: Cooley - Gunderson Dettmer - Orrick, Herrington & Sutcliffe 순
▲ 헬스케어 서비스 및 시스템: Cooley - Gunderson Dettmer - Wilson Sonsini 순
▲ 에너지: Wilson Sonsini - Cooley - Gunderson Dettmer 순
▲ 소비재 / 미디어 / IT 하드웨어: Gunderson Dettmer - Cooley - Orrick, Herrington & Sutcliffe 순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서의 법무법인 및 법률사무소 현황
국내에서도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발해지며 로펌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이와 같은 흐름 속에서 대형 로펌 중 법무법인 태평양은 최초로 2018년 판교 사무소를 개소하였다. 같은 해 법무법인 세종이 판교 사무소를 개소하였으며, 지난 6월 확장 이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법인 광장도 올해 안에 판교 사무소를 개소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직 초기 스타트업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로펌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유는 당연히 ‘돈’이다. 투자 이후 웬만큼 성장한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로 큰 로펌을 찾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의 성지인 ‘강남-역삼-선릉’ 부근에서는 ▲2017년 법무법인 디라이트, ▲2019년 최앤리 법률사무소, ▲2020년 법무법인 별 등이 신설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활동하는 글로벌 Top 3 로펌’ 중, 1920년 창립한 ▲ Cooley와 1961년 창립한 ▲ Wilson Sonsini 대비, ▲ Gunderson Dettmer는 1995년에 창립한 나름 신생 로펌 축에 속한다. 소송을 담당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 Early Stage 자문 1위와 ▲ Late Stage 자문 1위를 차지할 만큼 크게 성장했다. 한국 법률 시장에서도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레퍼런스를 구축하고, 바이오‧ICT 등에 대한 전문성과 노하우를 쌓는다면, 실리콘밸리 Gunderson Dettmer와 유사한 명성을 쌓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초기 스타트업을 위한 법무부 법률 지원
최근 법무부에서도 초기 스타트업을 위한 법률 지원을 적극 확대중이다. 지난 7월 법무부 장관은 "스타트업을 위한 법률 정보를 총망라한 온라인 플랫폼을 10월까지 만들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창업 준비부터 자금 조달, 창업 후 리스크 관리 등 스타트업에 대한 교육과 지원이 가능한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또한, 법무부는 ‘창조경제혁신센터 법률지원단’에서 IT 전문 변호사 31명 및 지식재산권 전문 변호사 51명을 보유하고 있다. 이외에 전문 분야를 포함한 변호사 풀은 총 186명이다. 지원 대상은 ▲ 소기업 (중소기업 기본법), ▲ 벤처기업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 1인 창조기업 (1인 창조기업 육성에 관한 법률), ▲ 창조경제혁신센터 입주기업 및 보육대상 기업이다.
지원 내용은 ▲ 경영진단식 법률 지원 서비스와 ▲ 200만원 한도 법률 비용 지원 등이며, 지원 절차는 ▲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한 신청, 혹은 ▲ 법무부 상사법무과 (02-3418-9988) 에 유선으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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