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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2/06/01  전해리 인터뷰어
이정원은 스타트업으로 가치를 모은다
- <시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없다> 스타트업인 인터뷰
- 페블러스, 이정원 부대표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정원이 있다. 정원은 그 정원을 가꾼 사람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우리는 정원에 기호에 따라 꽃도 심고 과일 나무도 심는다. 하지만 간혹 이름 모르는 씨앗이 바람결에 날라와 정원 안에서 자라고 가끔 정체 모르는 풀이 자라기도 한다. 더군다나 씨앗을 심는다고 해서 반드시 그 쓸모를 단번에 알 수 있는 건 아니다. 이정원은 바로 정원을 이루는 작은 존재들의 가치에 주목한다. 이정원 페블러스 부대표는 이주행 대표이자 공동 창립자와 데이터의 유용성을 키우는 데 기여하는 스타트업을 한다. 페블러스는 축적된 수많은 데이터 중 품질이 좋은 데이터를 골라내고 필요에 따라 가상 데이터를 입력시켜 AI를 학습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사용자가 데이터를 풍부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늘린다. 즉, 정원 내 잡초를 골라 내고 잠재력이 풍부한 씨앗을 남기면서, 이를 잘 키워내기 위해서 물을 얼마나 주면 되는지 미리 가상으로 실험해보고 알려주는 맥락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페블러스로 인해 우리가 하루 동안 양산하는 데이터의 가치를 살려 또 다른 데이터를 만들 수 있거나 짐이 되는 데이터를 버리고 수익화를 꾀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처럼 가치의 가치를 낳는 페블러스는 데이터를 중시하는 이정원의 가치관을 닮았다. 그는 연말마다 한 해를 돌아보기 위해서 데이터로 정리를 한다. 패턴을 발견하고, 존재에 대한 관심의 크기를 조절하고, 안도감과 원동력을 얻는다. 꽃이 있기에 정원이 존재하는 것처럼 이정원이 있기에 페블러스도 존재한다.

 

사진=전해리

 

::이정원 페블러스 부대표님께서 창업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원래 하셨던 일은 어떤 일이었을까요?

 

“원래 전공은 의공학이에요. 의사들이 사용하는 진단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일을 했어요. 한편으로는 뇌에 관심이 많았어요. 카이스트에서 신경과학을 공부하고 박사 과정을 보냈어요. 그래서 제가 하는 일의 분야는 의공학, 뇌공학, 신경과학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렇게 ETRI의 바이오 부서에서 의료 정보 관련한 일을 하는데 어느 날, 현재 페블러스 대표인 이주행 선배가 창업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문자를 보냈어요. 그게 작년 4월 1일 새벽이에요. “

 

::문자가 혹시 정확히 어떤 내용이었을까요? 또 문자를 보고 어떤 느낌이 들었나요?

 

“‘진지하게 창업 고민 중.’ 살짝 설레는 마음이 들었어요. 재미있을 것 같았고, ‘하면 되지’ 싶었죠.”

 

::창업의 세계를 전혀 모르셨던 거잖아요?

 

“경험해 본 적 없죠. (::하지만 들은 바는 꽤 있었을 거라 짐작합니다.) 그렇죠. ‘힘들다’, ‘나가면 춥다’, ‘다 돈이다.’ (웃음) 많이 들었죠. 우리 부서에서도 창업해서 퇴사하신 분도 계셨고요. 저에게 오라고 한 스타트업도 여럿 있었어요. 그럴 때마다 고민은 엄청 했죠. 결국 안 갔기 때문에 나는 창업에 뜻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ETRI 다니면서 나름 재미있게 잘 살고 있으니깐요.”

 

::잔잔한 호숫가에 가끔 돌멩이가 날라오는 정도의 생활을 보내시다가 이주행 대표님으로부터 연락이 온 거군요. 그런 연락이 없었다면 그대로 ETRI 연구원으로 살았을까요?

 

“그렇죠.”

 

::이주행 대표님과 꽤 돈독한 사이였나 봐요. 그렇지 않고서야 그런 문자를 받을 수 없겠죠.

 

“당연하죠. 연락한 사람 입장에서도 나는 수많은 사람들 중 한 명이었을 거에요. 저는 그전에 여러가지 일을 같이 했고, 뜻이 잘 통하고, 추구하는 방향성과 일하는 방식, 기준이 잘 맞았어요. 둘이 하면 멋있겠고, 뭘 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하면 된다고 봤어요. ETRI 다니면서도 처음 해보는 일은 많아요. ‘설마 굶어 죽기야 하겠어?’라는 생각도 있었어요. 혹시라도 회사가 정말 안 된다 하더라도 나의 가치는 올라가면 올라갔지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기도 하고요. 아무나 하기 어려운 경험을 한 거잖아요. 그 과정에서 많은 문제에 부딪쳤을 것이고, 일부는 해결하고 일부는 해결을 하지 못하는 경험 그 자체는 ETRI에서는 경험할 수 없죠.”

 

::스스로가 내리는 평가 외에 대외적인 평가도 무시할 수 없지 않나요?

 

“그런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열심히 하는 거죠. 만약 안 됐다 하더라도, 저는 그 과정을 견뎌낸 사람인 거에요. 실패자? (남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죠.”

 

::실패를 언급하기 이르죠. 직원은 몇 명일까요?

 

“대표, 부대표, 채용한 직원 둘, ETRI에서 파견된 책임 연구원, 이렇게 다섯 명이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어요. 카이스트 학생이 인턴으로 있고요.”

 

::페블러스의 소개문 중 데이터의 진심이라는 문구를 보았어요. 사용자와 데이터 간의 간극을 줄이는 것이 페블러스의 목표인데 정확히 무슨 의미일까요?

 

“오늘 하루만 해도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면서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를 생산했죠? 내가 어디를 가서, 무엇을 샀고, SNS에 무엇을 올렸고 등등 데이터를 생산했는데 그게 내 손 안에는 없잖아요. (::제가 만들어 낸 것이기도 하죠. 비가시적으로 있지만 가시적으로는 없는 상태?) 그 데이터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고, 데이터가 어떤 효율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고 있고, 데이터가 만들어 내는 수익에 있어서 나에게 돌아오는 건 없죠. 그게 바로 데이터가 사용자 사이에서 가지는 간극이에요.”

 

::대표님은 바이오 분야에서 일하셨는데, 이 데이터라는 것과 간극은 크게 없어 보입니다.

 

“과학 실험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행하는 거죠. 저는 특히 내가 만들어내는 데이터에 관심이 많아요. 나의 삶에 대한 데이터요. 그러한 데이터를 예쁘게, 실용적으로 보여주는 것에 흥미가 많았어요. 이런 내용을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서도 강연한 바 있어요.”

 

::세바시에서 강연한 소재의 목적은 부대표님 스스로에게 있잖아요. 하지만 사업은 다수와 대중의 실용성과 목적 그리고 수익에 부합해야 하는 문제죠. 그렇다면 지금 말씀하신 바가 어떻게 사업화가 될 수 있는 걸까요?

 

“우리가 이력서나 프로필을 만들지 않으면 그동안 살아온 바를 설명할 수 없잖아요.”

 

::여러가지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 꼭 이력서가 아니더라도요.

 

“예를 들면?”

 

::제가 낸 책이 될 수 있고요. 제가 그린 그림, 제가 찍은 사진도 되고요. 하지만 저도 한편으로는 부대표님의 말씀에 공감합니다. 이력서라는 것은 굉장히 직접적이죠. 내가 몇년 몇월에 얼마 동안 기간을 거쳐서 어디를 다녔다고 하면 그건 상대방에게 즉각적으로 정보로써 기입이 되겠죠. 제가 말씀드린 책, 사진, 그림은 주관적인 성질이 있기 때문에 그 자체로 해석의 여지가 크죠. 부대표님이 가리키는 바는 사실 그 자체 혹은 사실에 입각하는 객관적인 것이라고 봅니다.

 

“이력서 말고 내가 찍은 사진들, 내가 본 공연들, 내가 즐겼던 게임들, 이것들은 사실 나를 보여주는 것들이잖아요. 그런 것들을 가지고 내가 표현될 수 있다면 그것이 정말 나 자신이고, 나를 하나로 규정하지 않고 여러 관점에서 나의 여러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일 텐데 정작 나를 보여주고 표현하는 도구가 없는 거죠. 그래서 SNS를 하는 거잖아요. (::보통은 그렇죠.) 그러한 도구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 작년 4월의 생각이었고 지금도 여전합니다. 그것의 비즈니스 모델에 관련하여 여러가지 있지만 당장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것보다 먼저 해야 하는 일이 있어요. 학습 과정에서 필요한 인공지능 데이터가 수적으로 모자라지만 품질 면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도구가 없어요. 병원에 건강 검진을 가면 엑스레이를 찍잖아요. 그런데 엑스레이가 없다고 생각해 봐요. 이 속을 볼 수 없잖아요. 지금 데이터가 그런 상태에 처해 있어요. 데이터를 갖고 있고, 또 많지만, 데이터가 어떻게 생겼는지 볼 수 없어요. 그런 데이터를 이미징하고 상태를 진단하고 품질을 개선하는 인공지능 서비스를 향상시키는 일을 먼저 하고 있습니다.”

 

::품질을 좋게 한다는 건 어떤 의미로 이해할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 플라스틱 분리수거를 할 때 이 플라스틱을 잘 골라 내기 위해 이를 인식시키는 AI를 만든다고 하면 페트병에 대한 데이터가 필요해요. 사진을 찍어서 사람들이 페트병을 그려서 데이터를 만든다 말이죠. 그런데 이 페트병이 편의점에서 팔던 그 형태가 아닌 찌그러지고 오염된 상태에요. 그런 다양한 조건의 페트병을 확보하지 않으면 인공지능 학습에 효과적이지 못한 거에요. 페트병 데이터가 만 개면 이 데이터가 실제 생활에서 보이는 모든 경우를 포함하고 있느냐 혹은 극히 일부냐, 즉 분포에 대한 문제에요. 테슬라처럼 자율주행 차를 만든다면 출퇴근하는 거리에 대한 데이터는 굉장히 많겠지만 인적이 드문 어느 산골에 대한 데이터는 극히 적을 것 아니에요. 사고 현장도 그렇고요. 그런 데이터는 사실 더 중요한 데이터임에도 불구하고 실생활에서 구하기 어려운 데이터에요. 그런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것이 곧 그 데이터 셋에 대한 진단이에요. 그렇다면 그 데이터를 어떻게 만드냐. 일부러 사고를 낼 수 없죠. (::가설을 세우는 방법?) 그렇죠. 가상으로 만드는 거에요. 컴퓨터 그래픽으로, 쉽게 생각하면 게임이나 가상 현실처럼 그래픽으로 그 장면을 만드는 거에요. 컴퓨터 그래픽으로 페트병을 우그러뜨리고 오염 물질을 붙이고 하는 거지. 그런 식으로 가상 데이터를 만들어서 데이터를 추가하면 인공지능이 학습을 훨씬 잘하죠.”

 

::데이터의 품질 향상과 페블러스의 데이터 클리닉과 어떻게 연관되는 건가요?

 

“우리는 가상 데이터를 추가하거나 쓸데없는 데이터가 너무 많으면 제거하는 방식이에요. 수술을 통해서 암을 제거하거나 보철물을 넣는 외과 치료와 비슷해서 치료라고 명명하고 있어요. “

 

::페블러스의 이러한 기술이 어떤 식으로 상용화되어서 우리의 현실에 안착하게 될지 궁금합니다.

 

“데이터 산업은 점점 커지고 있어요. 누구나 데이터를 굉장히 많이 양산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데이터가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지는 않을 거에요. 그 데이터를 잘 활용하거나 다룰 수 있는 사람이 분명히 필요하겠죠. 지금도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와 같은 기업이 잘 되는 이유는 데이터 때문이죠. 데이터를 보유한 회사들이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잖아요. 데이터는 앞으로 점점 더 많아질 것이고 그 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 서비스들이 이제 막 실용화되고 있는 시점이에요. (::이제까지는 축적만 되었다면, 이제부터는 어떤 식으로 활용해 볼까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거군요.) 그런데 그 인공지능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있어, 신경망 모델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데이터에요. 보틀넥(병목 현상)은 데이터에요. 이 데이터에 대한 전문가랄까. 우리는 조금 더 과학적인 방법으로 이 데이터의 품질을 향상시키기겠다는 거죠. 모든 분야에 쓰이는 인공지능 서비스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데이터 진단 치료 솔루션을 만드는 거에요. 우리가 사실 B2C를 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소비자가 느낄 만한 현상을 주는 건 아니에요. 그렇지만 그 서비스를 만드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그 정확도를 0.1%라도 올리기 위해서 쓸 수 있는 수단은 다 동원하고 있고, 우리는 그에 기여하기 위해 좋은 데이터를 제공하는 거죠.”

 

::페블러스의 데이터 클리닉은 이 세상에 어떻게 납득될 수 있을까요? B2C가 아니어도 상관없어요.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고 한들, 또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갖고 있다고 한들 결국 세상에 제대로 쓰이지 않는다면 다 소용이 없죠. 누군가가 정말 훌륭한 논리로 남을 설득한다고 해요, 심지어 통계까지 활용하면서요. ‘자, 봐봐. 통계를 보면 이건 증명된 거야.’ 이래도 안 되어서 이론에 법칙까지 들이밀어도 사람들은 자신의 기존 관습, 관성이 있어서 그와 반대되는 혹은 아예 새로운 것을 잘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성향이 있잖아요. 스타트업이 우리 물건, 서비스가 정말 신선하고 좋다고 수만 번 이야기해도 사람들에게는 각자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쉽게 기존의 구매 습관을 고치려고 하지 않고, 이게 바로 수많은 스타트업이 겪는 난제 아닐까요? 페블러스가 데이터의 가치를 세상에 어떻게 설득시킬 수 있을까요? 또 이 가치를 활용한 사업이 어떤 식으로 납득될 수 있을까요?

 

“지금은 고객이 없어요. 지금은 투자자들을 설득하고 있는 단계에요. 지금은 우리가 ETRI에서 해왔던 일들이 바탕(reference)이 되는 거에요. 그게 데이터라면 데이터고요. 그렇지만 투자자들에게는 아직 우리는 논리로 이야기하고 있어요. ‘인공지능 시장, 데이터가 중요해. 데이터, 지금 많다고 하지만 품질이 좋지 않아. 그게 바로 보틀넥이야. 그래서 우리가 이 데이터 현상을 진단하고 처방을 내려서 가상으로 만들어낸 데이터를 추가하면 인공 지능 서비스 성능이 훨씬 좋아져’가 우리 논리에요. 이 논리에 많은 분들이 좋아하면서 공감하고 있어요. 그 다음에는 우리도 데이터가 필요하죠. 하나씩 보여줘야 하잖아요. 우리가 만든 가상 데이터, 우리가 내리는 처방들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고, 지금은 논리로 설득하는 단계, 나중에는 데이터로 설득했겠죠. 데이터로 설득한다는 이야기는 우리 입장에서 매출이 발생한다는 의미에요.”

 

::연구원만 하셨지만 이제 사업가가 되어야 할 필요가 있잖아요. 다른 점을 체감하시나요?

 

“쓰는 용어가 달라지고, 만나는 사람들도 달라지고요. 돈이라는 것에 대한 효용, 관점도 달라지고요. 일하는 건 비슷한 것 같기도 해요.”

 

::투자자 앞에서 서서 발표하거나 하는 등 그러한 변화가 어떻게 가닿나요? 떨리진 않으세요?

 

“그런 걸로 떨리지는 않아요. 사실 우리에게 투자하고 싶어 하는 분들은 많아요. 우리도 좋은 투자자를 물색해야 하는 거에요. 구걸하는 건 아니잖아요. 서로에게 적임자가 맞는지 확인하는 거니깐요.”

 

::혹시 IR 발표하는 법, 피칭을 배우셨나요? 많은 스타트업 대표들이 피칭 강의를 듣기도 하니깐요.

 

“IR 발표하는 법에 대해서는 안 들어도 지금 잘 하고 있어요. 발표를 잘하고 싶은 욕심은 예전부터 있었어요.”

 

::사업인과 과학인은 어떤 식으로 다른가요? 어떨 때 과학인이 되고, 어떨 때 사업인이 되고, 그 차이는 어떻게 되나요?

 

“물건을 파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고, 과학인이라 해서 다 같지가 않겠죠.”

 

::과학적인 사업인이 될 수 있을까요?

 

“사업을 한다는 것을 여러가지 판단을 전략적으로든, 인간적으로든, 정치적으로든 해야 하는 것이라고 하면, 그 판단을 데이터 기반 혹은 과학적으로 할 수 있겠죠. 그래서 데이터 기반 회사를 만드는 건 충분히 과학적이라고 보고 있어요. 하지만 감, 동물적인 감각으로 하면 과학적이지 않지만 사업을 못한다는 이야기는 아니죠. 과학인이 사업인이 될 수 있고, 사업을 과학적으로 할 수 있는 거고, 또 과학인이라고 해서 반드시 과학적이지도 않아요. 많은 과학인들이 모든 면에서 과학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지 않아요. 과학인과 사업인을 분류하는 것은 모호해요. 나는 다른 사람보다 과학적인 사람인 건 맞아요. 그런 사람이 사업을 할 수 있는 거에요. 그런데 많은 사업인들과 조금 다른 방식일 수 있어요.”

 

::전형적인 사업인이 될 필요는 없죠. 그럼 이정원 부대표님은 과학인, 사업인을 다 떠나서 어떤 사람이에요? 어떤 사람이길래 과학을 하고 사업을 하는 걸까? 그렇지 않더라도 본인은 어떤 사람이에요?

 

“공부하는 것이 좋은 사람? 몰랐던 것을 아는 것이 좋은 사람? 내가 지금 사업인이라고 한다면 사업하는 것을 몰랐는데 이것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재미있어요. 정말 새로운 건데 이걸 해보는 것이 재밌어요. 이런 사람이에요. (::저는 탐구하는 것이 좋은 사람이에요.) 공부를 조금 멋있게 표현하면 탐구에요. 제가 성격 유형 분류를 했는데, 거기에서 탐구이상형이 나왔어요. (::동의하세요?) 들어보면 그렇더라고요.”

 

::저는 그런 검사, 예를 들면 mbti도 굉장히 싫거든요. 왜 나를 한 쪽으로 몰아세워?

 

“나를 한 마디로 이야기하는 것이 당연히 어렵잖아요. 나는 굉장히 많은 역할과 상황에 따라 굉장히 다양하게 보이는 사람인데 그것을 한 마디로 이야기하는 것이 어려운 것처럼 성격 유형의 하나에 속하기도 좀 그렇죠. 나는 언제 외향적이고, 언제 내향적이고, 언제는 충동적이고, 언제는 계획적이고. 당연히 그렇잖아요. 나는 짧게는 계획적으로 행동하는데 긴 계획은 없어요. 인생의 꿈이 없어요.”

 

::그렇지만 우리네 사는 것이 ‘미래에 이렇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살지 않아요?

 

“예를 들면 백 년 가는 기업을 만들겠다, 만 명을 고용하는 기업이 되겠다, 천 억을 벌겠다고 생각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저는 이번 달에 할 일을 잘하고 싶다, 내 앞에 있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계획뿐이에요. 매일매일 새롭고, 그날그날 벌어지는 일들이 재미있고, 당장 읽어야 할 책도, 쓸 글도 많아서 충분히 즐겁게 충만하게 살고 있어요. 그렇게 하루하루, 한 달 한 달 즐기면서 사는 거지, 10년 뒤에 무엇을 하기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는 거에요.”

 

::일리가 느껴지는 답변이었습니다. (미소) 지금 페블러스를 설립한 지 6개월 정도밖에 안 되었죠. 지금이 스타트업의 초창기의 초창기라고 했을 때 지금의 마음가짐을 초심이라고 일컫는다면 부대표님께서 이 마음가짐만큼은 오래도록 갖고 있고 싶다는 것이 있을까요?

 

“가까운 사람들을 잃고 싶지 않다. 가까운 사람들을 잘 챙기고 싶다. (::왜요?) 그게 초심인 것 같아요. 회사가 커지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때마다 새로운 인연이 생기고 도움이 되겠지만 지금 도움을 준 가까운 사람들에게 잘하고 싶어요.”

 

::페블러스에 이정원 부대표님은 어떤 존재에요? 예를 들면, 어떤 상사라든지?

 

“제가 되고 싶은 바를 이야기하자면, 같이 즐겁게 하루하루 보내는 사람. 상사보다는 역할이 다른 동료? 방향 설정을 하거나 조금 더 중요한 일을 결정하는 사람이에요. 직급이 없었으면 좋겠지만 필요할 때가 있다는 것은 인정해요. 그렇지만 일상에서는 없었으면 좋겠어요.”

 

::혹시 요즘은 어떤 책을 읽으세요?

 

“바이올리니스트가 쓴 에세이인데, 제목은 ‘언젠가 반짝일 수 있을까.’ 그 책이 참 좋았어요. 상당한 커리어를 쌓은 분인데, 그분이 하는 말씀이 ‘음악이 좋아서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하도록 내던져졌다. 항상 재밌지는 않았다.’ 그러한 이야기를 용기 있고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이고, 그러면서도 진지한 태도로 음악을 탐구하고 있었어요. 솔리스트지만 현악 4중주라는 화합이 얼마나 어렵고 좋은 화음이 나왔을 때 얼마나 큰 희열을 느끼는지 구술한 것이 정말 좋았어요. 어느 직업을 가졌든 공감이 갈 만한 에세이에요.”

 

::왠지 부대표님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처럼 느껴지네요. 솔리스트를 하면서도, 지휘자를 해야 하고, 또 현악 4중주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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