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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2/11/21  이창희 기자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꿈꾸는 ‘익스트림 사나이’
‘블랙 브라이어’ 제조사 디엠서플라이 도정구 대표 인터뷰

 

척박한 환경을 극복하고 성공에 다다르는 것은 박수 받을 일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그 어려운 경험 속에서 남들이 보지 못하는 부분에 주목해 또 다른 방향의 목표로 나아가는 것 역시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동시에 쉽지 않은 일이다. 익스트림 스포츠 선수들이 사랑하는 ‘1픽’ 브랜드 ‘블랙 브라이어’를 만든 도정구(40) 디엠서플라이 대표를 만났다.

 

익스트림 스포츠 브랜드 블랙브라이어.

 

도 대표는 20대 중반까지 스노보드 선수로 활동했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해 겨울 한 계절로 활동이 제한됐던 터라 대부분의 선수 생활은 해외에서 이뤄졌다. 다양한 국적의 선수들과 어울리면서 도 대표의 눈에 들어온 것은 그들이 사용하는 각종 용품이었다. 많은 선수들이 유명한 글로벌 브랜드 제품을 사용했는데, 국내 선수들이 쓰는 것보다 기능과 디자인 면에서 대체로 우월했지만 동시에 갖가지 단점들도 엿보였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사용하는 제품이면 사실 가장 우수한 제품이라고 봐야겠죠. 하지만 모든 게 완벽하진 않았어요. 보면 볼수록 개선해야 할 부분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물론 국내 제품들은 더욱 그랬죠.”

 

2007년 고심 끝에 선수 생활을 접은 도 대표는 해외 스포츠 브랜드를 수입하는 회사에 들어가 유통과 판매를 담당하며 경험을 쌓기 시작했다. MD를 맡아 일하면서 제품을 가늠하는 감각도 익힐 수 있었고, 머잖아 회사 내 쟁쟁한 디자이너들을 제치고 직접 만든 브랜드를 런칭하는 데도 성공했다.

 

사실 디자인을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지만 미술에 대한 흥미는 어려서부터 컸다. 대회에 나가 직접 그린 포스터로 상을 받거나 아이디어 공모전 수상도 여러 차례 경험했다. 운동이 체질이었던 만큼 이는 순전히 개인적인 흥미 수준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디자인을 제대로 공부했었더라면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선수로 해외를 다니면서 여러 제품들이 눈에 들어오기도 했던 것 같고요.”

 

(왼쪽부터) 65L 35L 25L 블랙브라이어 제품.

 

그렇게 2013년 회사를 나와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내놨지만 시장의 반응을 끌어내지 못했다. 2년 뒤에는 법인을 만들고 특정 브랜드 ODM 납품을 맡았지만 자체 생산시설이 없어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대형마트 입점 기회가 있었지만 ‘어차피 잘 돼도 마트 브랜드’라는 생각에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지 못했다.

 

그래서 결국 기존 사업을 모두 정리하고 2017년 새로 런칭한 것이 바로 지금의 ‘블랙 브라이어’다. 진정한 ‘내 제품’을 내놓자는 생각으로 백팩부터 하나 둘 만들기 시작했다. 해외 활동을 다니는 선후배 스노보드 국가대표 선수들을 중심으로 제품을 공급하고 피드백을 받았다. 돌아온 피드백은 기능과 디자인 개선에 바로 바로 적용했다.

 

동계 스포츠 선수들은 휴대해야 하는 장비가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이를 모두 수납할 수 있는 가방은 기존에도 있었지만 대체로 기능성이 떨어졌다. 수요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선수 시절 도 대표는 ‘저 비싼 장비들을 꼭 저렇게 부실한 가방에 담아야 하나’라는 의문을 떨치지 못했었다. 그래서 장비를 수납하기 용이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고, 도난에 대비한 잠금장치와 편한 어깨패드 등을 장착했다.

 

제품의 성능이 좋아지고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도 대표는 직접 제품을 들고 해외를 나갈 일도 점차 늘어났다. 그가 만든 가방을 사용하겠다는 해외 선수들이 등장했고, 제품을 공급받아 판매하고자 하는 이들도 조금씩 만날 수 있었다. 때마침 베이징 동계올림픽 시즌을 앞두고 지난해부터 겨울 스포츠 붐이 일기 시작했고, 우수한 제품을 찾던 중국 바이어와 연결돼 현지 총판 계약을 맺게 됐다.

 

“동계 스포츠 선수들이 운동하는 곳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습니다. 겨울 철새처럼 계절 따라 이동하면서 훈련을 하고 대회에 참가하죠. 그래서 그들이 삼삼오오 모여 활동하다 보니 입소문이 쉽게 나고 해외 선수들로부터 받는 연락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경기 부천에 위치한 블랙브라이어 오피스.

 

이를 바탕으로 도 대표는 스노보드를 넘어 서핑과 스케이트보드를 포함한 익스트림 스포츠로 타깃을 확장했다. 동시에 일상생활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지나치게 아웃도어스러운 이미지에 갇히지 않는 디자인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현재 중국에 이어 일본에서 총판 계약이 이뤄졌고, 지난해 시드 투자에 이어 올해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내년에는 이탈리아·스위스·오스트리아 등 동계 스포츠 강국들을 중심으로 유럽 지사 설립도 계획하고 있다.

 

익스트림 하면 레드불이 떠오르는 것처럼 그렇게 바로 와 닿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는 게 도 대표의 꿈이다. 하지만 그는 앞서 먼저 해결해야 할 것들이 있다고 말한다. 동계 스포츠를 비롯해 익스트림 스포츠가 아직은 축구·야구·골프 같은 대중 스포츠보다 대중성이 낮고, 그렇다보니 생활이 어려운 선수들도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도 대표는 이들을 위해 제품 구매 시 후원이 이뤄지는 모델을 구상 중이다. 나아가 리사이클링을 통해 버려지는 스포츠 용품으로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일에도 착수했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는 말도 있지만 그럴수록 초심을 지켜야 한다고 봐요. 제품군을 마구 확장하고 싶은 마음이 저라고 왜 없겠습니까. 하지만 기존 제품을 계속해서 손보고 개선하면서 차근차근 나아가는 게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새 제품보단 버전 업이 먼저라는 게 철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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