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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1/01/07  정현진 기자
일본, 방구석에서 여행을 즐기는 시대가 열렸다?
-일본항공(JAL)에서 새로 시작한 ‘온라인 트립’으로 홋카이도 쿠시로시를 여행하다
- 코토히라버스 등 성공 기업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언택트 한국 여행에 도전해보자

▲ (출처: pixabay)

 

최근 일본에서는 비대면 온라인 툴을 사용해 실제로 여행을 하는 듯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관광 상품인 ‘온라인 여행’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전 세계의 여행 업계가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가운데, 간사이대학교의 조사에 의하면 일본의 경우 2020년 1월부터 5월 6일까지의 관광 소비 감소액은 4조6187억 엔에 달한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등장한 언택트 여행이 위드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생활 양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알아보고자 한다.

 

일본항공(JAL)의 온라인 트립이란?

코로나19의 확산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2020년 3~4월부터 일본에서는 언택트 여행을 시도하는 기업들이 등장했다. 일본항공(JAL)도 신규 사업 모델 발굴과 지방 도시의 관광 활성화를 위해 7월 18일부터 온라인 여행 시장에 뛰어들었다. 7월과 8월에 각각 1차례의 트라이얼을 거쳐 11월 7일에는 ‘온라인 트립’이라는 정식 명칭 하에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개시했다.

 

11월 7일 온라인 트립의 목적지는 홋카이도의 동남쪽에 위치한 쿠시로시였다. 쿠시로시는 바닷가에 인접하고 있어서 신선한 해산물을 마음껏 맛볼 수 있는 시골 마을이다. 국립공원이 3개나 위치하고 있을 정도로 자연이 잘 보존돼 있으며, 홋카이도의 원주민인 아이누족의 생활 모습도 엿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교통이 불편한 탓에 나고야에서 쿠시로로 바로 갈 수 있는 교통편은 없다.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홋카이도의 신치토세공항으로 간 뒤에 차를 렌트해서 4시간 정도를 더 가야만 한다. 도쿄의 하네다공항에는 쿠시로 직항편(11월 14일 JAL 기준 20,590엔)이 있지만 비행시간만 95분이 소요된다. 일본에 살고 있는 사람도 큰맘 먹지 않고서는 떠나기 힘든 여행인 셈이다.

 

그런데 온라인 트립을 이용하면 집에 편안하게 앉은 채로 2시간 만에 쿠시로 여행의 진수를 모두 느낄 수 있다고 하니 무척 매력적이었다.

 

온라인 트립 출발 전

온라인 트립의 출발 시간은 11월 7일 오전 10시 반과 오후 2시 중에 선택할 수 있었다. 시간대를 선택하면 자동으로 ‘홋카이도 쿠시로 특산품 백화점’이라는 사이트로 넘어가게 된다. 이는 쿠시로의 특산품이 이번 온라인 트립의 필수 준비물이기 때문인데, 안내사항에는 여행 도중에 참가자들과 다 같이 체험해볼 예정이라고 적혀 있었다. 특산품 세트는 연어알 간장 절임, 마리모* 모양의 양갱, 아이누족의 전통 악기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
    주*: 반려 식물로 잘 알려진 공 모양의 담수성 녹조류

 

특산품의 양에 따라 가격대는 5800엔에서 8300엔 사이(세금 별도)로 달라지기 때문에 본인이 원하는 상품을 선택하면 된다. 특산품은 온라인 트립을 떠나기 이틀 전인 11월 5일에 깔끔하게 포장돼 집으로 배송이 됐다. JAL의 항공편을 타면 받을 수 있는 항공권, 종이컵, 기내 여행 잡지 등의 어메니티도 함께였다.

 

온라인 트립 당일

정해진 시간에 맞춰 화상회의 플랫폼인 ZOOM에 접속을 해보니 총 30명의 참가자들의 얼굴이 보였다. 필자처럼 혼자 참가한 사람들도 있고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참가한 사람들도 있었는데, 백발의 노신사부터 5살 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까지 성별이나 연령대가 천차만별이었다. 정각이 되자 JAL의 객실 승무원이 화면에 등장해서 ZOOM의 조작 방법 등을 설명해줬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쉽게 따라 할 수 있었다.

 

온라인 트립 내 프로그램은 1) 조종실을 포함한 기내 및 비행기가 비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디지털 플라이트, 2) 마리모의 서식지로 유명한 아칸 호수의 풍경 감상, 3) 아이누족 마을에서 악기 연주 등 문화 체험, 4) 쿠시로시청 직원과의 수산시장 투어, 5) 참가자들과 감상을 나눌 수 있는 교류회의 총 5가지로 구성돼 있었다.


프로그램의 중간중간 쿠시로시에 관련된 퀴즈를 맞히거나 미리 배송받은 특산품을 함께 먹는다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법을 배우는 등 생생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또한 실시간 채팅이 가능하기 때문에 궁금한 점이 생기면 바로바로 질문을 할 수 있었고 ‘임연수가 엄청 크네요’, ‘와~ 전부 먹어 치우고 싶다’ 등 짧은 감상을 공유하기도 했다.

 

온라인 트립의 마지막 프로그램이었던 교류회에서 30대 남성 N씨는 “7살 아들이 집에만 있는 것을 답답해하는 것이 안쓰러워서 함께 참가했다”라며 “아들과 추억을 만들 수 있어서 좋았고 나중에 꼭 쿠시로에 여행을 가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뒤이어 40대 여성 M씨는 “특산물 세트가 아주 마음에 든다. 마치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라고 기뻐했다.

 

이처럼 이번 온라인 트립에 참가한 이들은 전반적으로 만족한 얼굴이었다. 진짜 여행을 대체하기는 어렵지만 재미있고 신선한 체험이었다는 것이 이들의 주된 의견이었다.

 

온라인 트립의 가능성 평가

언택트 여행 시장에 뛰어든 또 다른 기업인 톳판인쇄사는 최근 VR 기술을 사용해 나라, 교토 등에 위치한 문화재를 견학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Profound Tourism 온라인’을 시작했다. 주로 기업, 학교 등 단체를 주요 타깃으로 하며 가격은 30명 기준 30만 엔이다. 계속해서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는 톳판인쇄는 2024년 3월까지 누계 매출액 10억 엔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다.

 

공간의 제약이 없다라고 하는 온라인 여행만의 고유한 매력으로 인해 새로운 고객층도 유입되고 있다. 한 여행사 담당자에 의하면 온라인 여행의 참가자들은 다른 여행 패키지 대비 연령대가 다양하다. 상대적으로 이동이 어려운 고령자, 아기 등 누구나 참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시간이나 돈이 없어서 여행을 할 수 없었던 사람들도 온라인이라면 손쉽게 떠날 수 있다. 또한 이용자들의 거주지의 폭도 대폭 확대되서 해외에서 따로 살고 있는 가족이나 친구들이 함께 참여하기도 한다고 한다.

 

입국 규제로 인해 일본 여행을 할 수 없게 된 외국인 관광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상품도 생겨났다. 하코네유모토예능조합이 5월 22일부터 진행 중인 ‘게이샤와 함께 온라인 술자리’에서는 라이브로 게이샤의 공연을 보면서 사케를 즐길 수 있다. 게이샤와 참가자들이 즐겁게 대화를 나누며 다 같이 ‘건배!’를 외치기도 한다. 이 상품은 본래 일본인만을 대상으로 기획됐으나 외국에서 문의가 많아지면서 영어로도 진행하게 됐다. 현재는 참가자의 70% 가량이 외국인이다.

 

하지만 온라인 여행 상품의 매출 규모는 기존의 관광 패키지 상품에 비하면 작을 수밖에 없다. 아직 대중들에게 일반화되지 않은 점도 있지만 온라인 여행에는 실제 이동이나 숙박 등은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에 1명당 단가가 수천 엔 수준에 머물기 때문이다. 또한 인터넷 환경이 발달했다고는 하나 직접 눈으로 보고 경험하는 것과는 괴리감이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그렇다면 온라인 여행이 일회성 반짝 유행이 아니라 여행 방식 중의 하나로서 우리 생활 속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어떠한 것이 필요할까? 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온라인 여행이라는 생소한 개념을 일본 열도에 처음으로 각인시킨 기업인 코토히라버스사의 사례를 참고해보고자 한다.

 

사람의 매력으로 승부하는 코토히라버스

코토히라버스사는 본래 카가와현(舊 사누키 지방)을 중심으로 택시, 버스 등을 이용해 관광 사업을 하는 기업이었다. 코토히라버스의 대표 상품인 ‘우동 택시 투어’*는 한국, 대만, 홍콩 등에서 관광객이 찾아와서 탈 정도로 유명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운행을 일시적으로 정지해야만 했다. 우동 택시 외에 전세버스나 일반 택시도 이용자 수가 전년대비 50~70% 수준(6월 18일 기준)으로 감소하면서 경영이 악화됐다.
    주* 우동 스페셜리스트(자격증 보유)인 택시 기사의 안내 하에 사누키 우동 맛집을 탐방할 수 있는 여행 프로그램


코토히라버스의 쿠스노키 타이지로 사장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더라도 계속할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을 찾던 중 사내 회의에서 나온 기발한 아이디어를 상품화하기로 마음먹었다. 그것이 바로 일본 전국적으로 돌풍을 일으킨 온라인 여행의 시초였다. 두 번의 트라이얼 끝에 5월 15일에 정식 론칭한 ‘온라인 관광버스 투어’는 NHK, 후지TV, 아사히신문 등 전국구 미디어에 소개됐다.

 

‘온라인 관광버스 투어’도 여타 랜선 여행 상품과 프로그램 구성이나 진행 방식 등은 거의 유사하다. 하지만 참가자들이 관광버스로 이동하면서 노래를 ‘떼창’한다거나 참가자들이 직접 칼로 썬 우동에 대해 선생님이 칭찬해 주는 모습 든은 ‘진짜 여행’과 조금 더 닮아 있다. 참가자들이 가이드를 이름으로 친근하게 부르면서 “(가이드를) 직접 만나러 가고 싶다”라고 하는 말도 들을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쿠스노키 사장은 “코로나19 발생 이전부터 쌓아 온 버스 투어의 노하우나 지역 사회와의 신뢰 관계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라고 설명한다. 또한 그는 “온라인 관광도 기존의 관광과 마찬가지로 가이드 본연의 매력, 여행지 지역주민이나 참가자들끼리의 연결 등 아날로그적인 요소가 가장 중요하다”라고도 말한다. 코토히라버스의 온라인 관광버스 투어가 다른 상품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시사점

현재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여행 경비의 일부를 지원해 주는 ‘고투 트래블(Go to Travel)’ 캠페인의 시행을 계기로 국내 여행이 차츰 활성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해외여행은 여전히 세계 각국의 입국 제한 조치, 봉쇄령 등으로 인해 한 치 앞을 내다보기가 힘들다. 이런 상황 속에서 온라인 여행의 목적지를 외국으로 확대해 나가려는 기업들도 보인다. 한큐교통사가 대표적이다.

 

한큐교통사는 아프리카 사파리 투어, 알래스카 오로라 투어 등 다양한 온라인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데, 그중 가까운 나라인 대만과 홍콩은 메인 페이지에 올라가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특히 홍콩관광국, 케세이퍼시픽항공, 페닌슐라 호텔 등과 공동기획한 홍콩 온라인 투어의 경우 실제 여행 시 사용할 수 있는 5000엔짜리 할인쿠폰(유효기간 2021년 9월 30일)도 제공해 여행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온라인 여행 시장에 관심이 있는 우리 기업이라면 풍부한 한류 문화 콘텐츠, 빠른 인터넷 환경으로 대표되는 ICT 기술 등 한국 특유의 경쟁력을 활용해 진입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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