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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8/02/22 박현정

[생활투자이해 #47] 공모주 투자의 본질은 차익거래②

(좌: 최인우 펀드매니저/우: 신진오 투자전문가)

50대 중반의 나씨는 몇 년간 공모주 투자를 하여 평균 5~8%의 괜찮은 수익률을 기록해 왔다. 그는 주로 공모 경쟁률이 높은 주식에 청약하여 작은 물량을 배정 받았지만, 그 대신 그가 투자한 주식은 상장 시 항상 공모가보다 시초가가 높게 형성되어 안전하게 수익을 획득했다.

나씨는 투자 경험이 쌓이면서 기업을 분석하는 능력도 많이 좋아졌다. 처음에는 기업의 재무제표도 볼 줄 몰랐지만, 투자를 하기 위해 공부를 하다 보니 기업 제무재표는 물론이고 투자기업의 아이템이나 성장 가능성도 타진해 볼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나씨는 공모주 투자로 항상 수익을 내 왔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공모주 투자를 하면서 아쉬운 점은 인기가 높은 주식은 청약경쟁률 때문에 너무 적은 물량을 배정 받는 다는 것이었다. 그는 간혹, 별로 인기가 없어서 청약경쟁률이 낮았던 주식이 의외로 상장 첫날 상승하는 모습을 보고 아쉬워했다. 나씨는 인기가 없는 주식에는 청약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청약경쟁률이 낮은 주식은 많은 주식을 배정받을 수 있고, 많이 배정받은 주식이 상장 첫날 의외로 상승을 하게 되면 큰 수익을 안겨 주기 때문이다.

나씨는 청약경쟁률이 낮은 공모주식 중 상승할 가능성이 있는 주식에 청약을 해 보기로 했다. 그가 주목한 공모주는 2015년 6월에 상장을 한 P사였다. 이 회사는 우량한 IT 기업으로 매년 200억~300억원의 이익을 내고 있었다. 공모가 끝나면 회사가 보유한 현금은 천억이 넘으며, 부채를 제외한 순자산가치만 해도 1,300억원에 달했다.

2015년도 바이오 기업 주식 열풍으로 바이오 기업은 각광을 받았으나 IT 기업들은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없었다. P사는 청약경쟁률이 ‘70 : 1’ 로 낮은 수준이었고, 나씨는 처음으로 인기 없는 공모주에 투자했다.

P사의 공모가는 3만원이었고, 상장직전 비상장 주식일 때 거래가격은 공모가인 3만원 수준이었다. P사의 비상장 장외가격이 최고 4만5천원을 넘었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나씨는 상장 첫날 시초가 4만원 수준을 내심 기대했다. 낮은 청약경쟁률로 인해 많은 물량을 배정받았기 때문에 30%만 높게 팔아도 높은 수익이 기대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나씨의 희망에 불과했다. 상장 첫날 동시호가를 통해 결정된 P사의 시초가는 공모가 3만원 보다 10% 하락한 27,000원이었다. 공모주 투자를 하면 항상 상장 첫날 시초가에 매도했던 나씨는 이 날 시초가에 매도하지 못했다.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기 때문에 어쩔 줄 몰랐던 그는 P사의 주가가 추가로 더 하락하자 불안감을 견디지 못하고 25,000원 부근에서 전량 매도했다.

나씨의 사례는 공모주 투자가 반드시 안전하지 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앞서서 공모주 투자의 본질은 차익거래라고 설명한 바 있다. 상장 전 장외거래가격과 공모가의 차이 만큼 차익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상장업체의 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보다 높은 것은 아니다. P사의 사례처럼 공모가의 90%로 시초가가 형성 될 수도 있다.

시초가의 결정은 동시호가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결정된다. 결국, 주식을 사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아서 높은 가격에 사겠다고 많은 사람들이 주문을 넣어야 시초가가 올라서 결정되고, 매수자가 낮은 가격에 주문을 넣게 되면 시초가가 낮게 결정된다.

공모주 투자자들에게는 시초가가 매우 중요하다. 공모주 투자는 한 종목을 장기적으로 보유하고자 매수하는 방식의 투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빨리 매도하고 자금을 회수하여 다른 공모주에 청약해야 한다. 투자를 할 때마다 작은 수익이라도 꾸준히 내는 것이 공모주 투자의 방식이다.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다. 어떤 공모주 투자자는 청약 경쟁률이 높은 종목으로 일년 20건의 공모주 투자를 한다고 가정해 보자. 청약 경쟁률이 평균 500 : 1 이라면, 청약 대금의 0.4%를 배정받는다. (청약증거금률 50% 기준) 상장 첫날 매도했을 때, 투자 건당 평균 50% 수익을 낸다고 가정하면, 일년 동안 20건의 투자로 투자원금의 4%의 수익을 얻는다. 20건의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 청약금이 들어가 있는 날수는 건당 4일로 계산하면 80일 정도이고, 공모주 투자를 하지 않는 날은 증권사 CMA 등으로 자금운용을 하기 때문에 CMA 이자로 1% 정도가 추가된다. (285일간의 CMA 수익) 이런 경우에 년 수익률이 5% 정도 되는 것이다. (년간 공모주 투자 수익 4% + CMA 수익 1%)

나씨가 P사의 공모주를 투자한 앞의 사례에서 P사의 공모주 매매를 통해 입은 손실은 투자 원금 총액의 0.5% 수준이다. 공모주 투자 20건 중 한 건에서 0.5% 손실을 입게 되면, 년 수익률은 5%에서 4.5%로 낮아지게 된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공모주 투자는 리스크를 걸고 높은 수익을 기대하는 것 보다는 작은 수익을 계속 발생시키는 것에 묘미가 있는 투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티끌 모아 태산’ 이라는 말이 있다. 공모주 투자는 큰 수익을 바라는 투자 방식이 아니다. 작은 수익을 끌어 모으다 보면 나중에 합산해서 큰 수익이 된다. 1%대 저금리 기조에서는 년 5%의 수익률도 꽤 높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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