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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8/03/22 허지수 기자

[스타트업 패러독스]2.생존기술과 경쟁기술-02.성공스토리 패러독스

(좌: 박항준 비즈니스모델 전문가/우: 박현정 액셀러레이터)

성공스토리 다른 말로 ‘Money Talk’라고 한다. 성공한 이의 돈 번이야기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돈 있는 사람이 아름답게 꾸민 얘기로 해석될 수도 있다.

혹 ‘밤송이’ 하나들고 무모하게 나섰는데 사냥터에서 ‘병 걸려 다 죽어가던 코끼리’를 얼떨결에 잡게 된 이들의 성공담(?)은 후손들에게 어떻게 써져야하는 걸까? 있는 그대로 써진다면 그들은 뭐라고 할까? 학생 때 창업해서 곧바로 성공한 것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

그들의 ‘촉’, ‘운’, ‘감각’, ‘노력’, ‘환경’을 존경하거나 부러워 할 수는 있어도 그들의 코끼리를 잡은 전략이나 그들이 갖고 같던 행운이라는 무기의 화려함에 너무 현혹되지는 말아야 한다. 무엇을 잘 몰랐던 시절, 무모함은 ‘용기’가 아니라 ‘무식’이다. 특히 목숨이 걸려 있는 전쟁터나 사냥터에서의 무모함이란 자살행위와 같다.

그러나 이러한 무모함이 우리 주위에서 미화되어 회자되고 있다. 스타트업을 창업해 빠르게 성공한 이들이 공통적으로 ‘운칠기삼’ 타령을 많이 하는데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겸손이 아니다. 자신들의 무모한 도전을 아무리 되돌아 봐도 운이 70%를 차지했다고 느끼는 것이다.

운칠기삼의 화학적 변이 성공스토리

준비 없이 나간 전쟁터에서 승리는 했으니 당연히 감사하고, 다행이고,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거다. 희망의 아이콘이 되어 영웅은 되었으되, 돌아보니 “휴~~다 죽어가던 코끼리를 만나서 정말 다행이었다. 쌩쌩한 놈을 만났으면 큰 일 날 뻔 했다”라고 가슴을 쓸어내리는 진심 속의 말이 ‘운칠기삼’이다.

이들은 어디 가서 강연도 해야 하고, 인터뷰도 해야 한다. TV에 출연도 해야 하고, 책도 내야한다. 후배들이 희망이 되어야하기 때문이다. 사회와 정부는 이들을 스타CEO로 만든다.

이렇게 스타CEO가 되었는데 매번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나 강연장에서 자신의 성공요인이 ‘운’이였다고만 계속 말할 수도 없지 않은가? 그래서 기억해 낸다.

“그래도 내게는 멋진 기억들 몇 개는 있었지!”

“당시는 힘들었어도 돈이 없어 몇 주 동안 점심에 직원들과 라면 먹고 근무하던 시절”,

“몇 달 간 월급 서로 가져가지 못하자 동업자이면서 친구의 아내가 노동부에 자신을 고소해서 펑펑 울었던 기억”,

”책상서랍 정리하다 나온 5개월 전 받은 명함을 보고 전화를 했더니 극적으로 첫 거래를 하게 된 얘기”,

“거기에 더불어 상대가 나를 필요로 해서 찾았는데 하필 꼭 내명함을 잃어 버려 연락을 못하고 있었고, 내가 애타게 연락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극적 효과를 일으키는 이야기까지...

이렇게 몇 개의 에피소드들이 긍정의 기억과 작가의 손을 거치면서 멋진 성공 스토리가 탄생된다.

찌질한 성공스토리의 화학적 변이

그냥 실패했으면 정말 찌질하고, 창피한 얘기들이 성공한 이들에게는 추억으로 화학적 변이를 일으키게 된다. 이 스토리가 감동을 줄 수 있다. 교훈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자칫 신격화되고, 정형화되면 성공스토리가 ‘성공매뉴얼’로 승화되는 문제가 있다.

성공매뉴얼은 말 그대로 성공하기 위해 따라야하는 지침서다. 이 지침서에 쓰여질 내용은 멋지게 미화된 백조의 추억이 아니다. 생존을 위해 백조가 물속에서 얼마나 허우적거렸는가가 적혀있어야 한다.

“점심에 라면만 먹을 돈 밖에 없을 정도 힘들기 전에 자금을 외부로부터 조달했어야 했다”,

“친구가 노동부 가기 전에 노동법에 대해 미리 알았어야 했다. 동업자 친구 녀석의 와이프에게 미리 이해를 구했어야 했다”,

“중요 거래처 명함을 5개월이나 가지고 있었다니 얼마나 게으르거나, 사업적 촉이 없던 사장이었다는 말인가?”

[이게 무슨 ‘어른들이 읽은 이솝동화’도 아니고 동심을 깨고 싶지는 않지만 쏟아져 나오는 스타트업이 떼죽음을 당하는 모습을 더 이상 지켜보고 있을 수 없기에 성공스토리의 환상을 깨주기로 한다.]

그들의 이야기는 팩트 단계에서 끝나야 한다. 따라하지도 말고, 따라할 수도 없다. 알리바바의 마윈회장이 젊었을 때 대학 졸업 후 수십 번 떨어져도 면접을 계속 본 것은 그의 의지가 높아서가 아니고, 취직이 마음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윈뿐만 아니라 요즘 우리 대학생들도 수 십 군데에 원서를 내고, 수 십 군데의 면접에서 떨어진다. 이렇게 미끄러졌던 추억은 성공 후에 ‘굳은 의지’로 미화되어 세상에 퍼질 것이다.

성공한 이들의 뒤에는 힘 있는 금수저 아버지가 있을 수도 있고, 좋은 대학을 나와 보이지 않는 선배의 힘이 있었을 수도 있다. 6살 때부터 천재적인 머리를 인정받았을 수도 있고, 이상하게 돈복이 많아 하는 것마다 성공했을 수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고등학생인 빌게이츠가 부모님 덕분에 몇 살 때부터 당시에는 접근하기도 어려웠던 그 귀한 컴퓨터를 다뤄봤는지 알고 있는가?

그들은 달리기 시합에서 스타트라인이 달랐던 것이다. 100m달리기 시합에서 나보다 30m 앞에서 뛰어 이긴 사람을 존경할 필요가 있을까? 아무리 달리기 (경쟁)기술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30m 앞에서 뛰는 시합에서 그들과의 경쟁기술은 무의미 하지 않을까? 차라기 나도 그들처럼 30m 앞에서 스타트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것이 생존능력인 것이다. 그 능력이 안 된다면 130m달리기 대회를 만들어 혼자 뛰면 된다. 이것이 생존능력이다.

‘성공스토리’로 포장된 ‘경쟁기술’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에디슨의 노력 뒤의 능력

에디슨은 전구를 개발하고 이렇게 말했다. “나는 2300번을 실패한 것이 아니라 불이 켜지지 않는 2300번의 방법을 알아낸 것이다.”

멋있지 않은가?

그런데 2300번을 실패했던 아니면 새로운 방법을 알아냈던 간에 그는 2300번을 실패할 수 있었던 ‘돈’과 ‘시간’, ‘조직’과 ‘여유’가 있었으니까 가능한 얘기였다는 것은 생각해 보았는가?

에디슨의 이 이야기는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하라는 꿈과 희망의 ‘감동메시지’일지는 몰라도 현실에서 진짜 필요한 스타트업의 ‘생존매뉴얼’은 아니다. 2300번의 실패를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스타트업에게 2300번의 실패는 무모함이고 죽음이다. 이 실패는 에디슨이 필라멘트를 만들기 위해 ‘금속 6,000종’, ‘동물의 털 2,000종’, ‘식물섬유 2,000종’ 등 무려 1만 여종의 재료를 모아 2300여 회 만에 결국 찾아낸 무모함의 상징인 것이다. 지금의 과학자들이라면 예산을 낭비한다고 연구소에 당장 쫓겨날만한 얘기다.

자꾸 환상에 젖지 말자. 사냥에는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어떻게 유인하고, 어떻게 코끼리의 공격을 피할 수 있고, 어떻게 두꺼운 가죽을 창이 뚫게 하고, 어떻게 피를 많이 흘리게 하고, 무슨 열매가 코끼리의 마취에 가장 효과적이고, 얼마나 피를 흘리게 해야 쓰러지는가‘를 미리 알고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 나는 무엇을 준비해야하는가? 나무가 아닌 금속 도끼와 활, 창이 필요하니 준비를 해야 한다. 누구와 비교해서 얼마나 많이 잡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내가 사냥터에서 코끼리에게 밟혀죽지 않을 수 있는 생존능력이 중요하다. 사냥능력은 그 다음이다. 몇 번 피하다보면 죽어가는 코끼리를 잡을 수도 있고, 요령이 생겨 덫으로 잡을 수도 있다.

‘밤송이전략’은 그 다음이다. 대기업처럼 수 백 명이 분업화해서 사냥감을 쫓을 때에나 ‘밤송이’ 효과가 가능한 얘기다. 단지 4~5명이 한 팀이 되어 그 거대한 코끼리 잡으러 사냥터로 나갈 때에는 ‘밤송이'는 무기가 아니라 방해물이 될 수 있다.

운도 마찬가지이다. 그런 운을 만났고, 그런 운을 잡은 것에 대한 이야기는 부러움과 존경으로 끝내야 한다. 운좋은 사람들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들의 포장된 매뉴얼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우리는 ‘운칠’이 아닌 ‘기삼’을 위해 노력해야하는 것이다. 운칠의 하늘의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