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이 세계를 바꾸는 것을 생각한다. 그러나 아무도 자신을 바꾸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 레오 톨스토이
영국 옥스퍼드대 마틴스쿨의 칼 프레이(Carl B. Frey) 교수와 마이클 오스본(Micheal A. Osborne) 교수는 2013년에 공동으로 발표한 논문에서 현재 미국 직업의 47%가 IT혁명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고 분석하였다. 또 미래 예측 전문가인 제임스 캔톤(James Canton)은 <퓨처 스마트 (Future Smart, 2015)>에서 인간의 전체 역사를 통틀어 80% 이상의 산업이 지난 10년 동안에 만들어졌다고 언급하였다. 영원히 인간이 우위에 설 것으로 여겨졌던 바둑에서도 인공지능이 세계 최고수를 꺾었다. 앞으로 인공지능을 이길 바둑기사는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미국 자동차 제조업의 산업용 로봇의 1개당 운영비는 이미 패스트푸드 매장 직원 1인 인건비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인공지능과 로봇은 단순노동 작업에서부터 상당수의 지적 노동을 대체하며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중산층의 경제적 지위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미래 예측은 그렇다 치고 과거를 돌이켜 보아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작가 야마자키 도요코(山崎 豊子)의 소설 <불모지대 (不毛地帶)>의 주인공은 일본 육군대학을 수석 졸업하고 일본 군부 대본영(한국의 국방부)에서 전략 참모로 일했던 이키 타다시(壹岐 正)다. 그는 대본영에서 만주로 파견 나가 있을 때 일본이 패망하자 소련군 포로가 되어 시베리아에서 11년 동안 수감생활을 한다. 일 · 러 수교 재개로 어렵사리 고국으로 돌아온 이키는 종합상사 긴키상사(近畿商社) 사장의 권유로 40대 후반의 나이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한다. 이 소설은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일본 유수의 종합상사 이토추(伊藤忠)와 후일 이토추의 회장까지 오른 세지마 류조(瀨島 龍三)가 주인공이다.
그런데 사실 처음 이키를 채용한 사장의 의도는 이키의 군부 인맥을 이용해서 전투기 등 방위산업 관련 납품 로비를 하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입사 후 회사 현황과 국제경제 상황을 파악한 이키는 주력이었던 섬유 부문을 축소하고 철강, 석유 등 중공업과 군수산업 위주로 회사를 운영할 것을 건의하나, 타성에 젖은 기존 경영진은 섬유부문의 수익성이 아직도 좋고 고용된 직원들이 많으므로 축소를 반대한다. 이키는 사내 정치 싸움에 굴복하지 않고 사장을 적극적으로 설득하여 전략기획본부를 설치한다. 이어 전 세계를 무대로 수집한 정보력을 이용해 섬유 수출업체에 불과했던 회사를 비행기 등 군수물자 도입, 철강, 자동차, 해외 석유광구 투자 등 중화학 공업 분야로 영역을 확장시켜 결국 긴키 상사를 세계적 종합상사로 성장시킨다. 일본 섬유산업이 쇠락한다는 것은 누구나 조금만 깊이 생각하면 예측할 수 있었지만, 기존 경영진은 변화를 두려워하고 기득권에 안주하며 개혁에 반대했다. IT혁명, 로봇 혁명 등 거대한 변화를 앞두고 있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렇다면 변화와 혁신 속에서 개인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자기 스스로 전략과 경제를 복합적으로 고려하여 주도적으로 변하지 않으면 혁신을 당하게 된다.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려면 트렌드를 읽어야 하고, 이를 위해 자기가 속한 직업이나 조직, 사회, 전략, 경제가 어떻게 변하는지 항상 파악하고 예측해야 한다. 변화를 두려워하거나 회피하면 현대 사회에서 살아갈 수 없다.
또한 변화와 혁신에도 타이밍과 추세라는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가 있다. 항상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려 있는 것은 아니다. 그 문은 수시로 닫히려 하고, 사람들은 기다렸다가 치열하게 올라타려 한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나서는 한참을 기다리거나 아니면 힘들게 걸어 올라가야 한다. 에스컬레이터도 올라가는 것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자칫 착각하여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탔다면 자신은 전혀 의도하지 않았는데 목적지와는 점점 더 멀어진다.
물론 변화와 혁신은 말처럼 쉽지 않다. 어느 날 갑자기 기존의 가치와 지식, 행동, 습관을 버리고 새로운 가치와 지식, 행동, 습관에 적응하라고 하면 누구나 불편하고 거부감을 느낀다. 이러한 변화와 혁신은 자기주도적일 때 진정한 효과가 나타난다. 타의에 의한 변화는 근본적 변화가 아니라 표면적 변화에만 그친다. 진정한 변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트렌드 변화에 지속적 관심을 갖고, 자기 객관화 작업을 철저히 하여 핵심역량과 단점을 파악해야 한다. 결정한 것은 즉각 실행에 옮기며, 시간을 계량화할 줄 알고, 언제나 어제보다 더 나아지려 노력하고, 끝으로 좋은 멘토를 찾고 성공한 사람의 조언에 귀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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