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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8/09/05 윤승환, 정승원

『(100회) 전략과 경제의 타임머신 – 못다한 이야기 (Director’s Cut)』
한국 기업들의 전략과 경제 ③ 기승전M&A 에 대한 비판

시중에 나온 많은 경영, 경제 관련 기사나 서적들 중에 보면 한참 한국 기업들의 문제점을 나열한 뒤에 ‘기승전M&A’ 식으로 마치 M&A 가 신규 사업 진출이나 신성장 동력 마련을 위한 만능 해결책인 것처럼 제시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이에 대한 필자들의 의견은 한 마디로 ‘M (말도) & A (안되는) 소리’라고 하고 싶다. 국내 M&A 실무진들 사이에서 종종 회자되는 농담도 있다. M&A 는 M (미치지) & A (않으면) 하기 힘들다는 뜻의 약자라는 것이다. M&A 는 실제로 실패 확률이 매우 높은 전략적 의사결정이다. M&A 시장이 극도로 발달한 미국 시장에는 M&A 와 관련하여 수많은 설문조사나 통계 결과를 통해 정립된 ‘30% rule’ 2 가지가 있다. 첫째, M&A 는 통상 30% 가량만이 성공하고 나머지 70% 는 실패한다. 둘째, M&A 의 경영권 프리미엄 (* 영어 표현은 Control Premium) 지급액은 해당 기업 주식 가치의 +30% ~ 50% 선이 통상적인 수준이라는 것들이다.

먼저 30% 의 성공에 대해 짚어 보자. (*주 : ‘M&A 의 성공’ 의 정의로는 딜 발표로부터 1년 후 10% 이상의 수익률을 달성한 것으로 보았다.) M&A 는 기업 성장을 위한 전략 이론상으로는 그럴 듯해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성장성이나 이익률이 정말 좋은 기업은 외부에 매각하려 하지 않고 어떻게든 스스로 버텨보려고 노력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이미 성장 추세가 꺾였다고 스스로 판단한 기업들만이 매물로 나오는 경우가 70% 이상이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좋은 기업을 인수하기도 쉽지 않고 인수해봤자 실패로 돌아갈 확률이 높은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30% 의 성공 확률에도 불구하고, 일단 성공하기만 하면 굽이굽이 산길을 돌아가지 않고 한번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는 지름길을 찾는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끊임없이 M&A 에 대한 시도와 검토는 계속되어야 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30% ~ 50% 의 프리미엄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자. 최근 한국 시장에서는 인수 시 경영권 프리미엄 50% 선을 초과하여 50%~ 100%, 심지어 100% 이상을 인수 대가로 지급하는 사례도 종종 등장한다. 이는 철저히 수요-공급상의 불균형에서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경영권 프리미엄을 과다하게 지불하면 인수 후 통합 (Post-Merger Integration, PMI) 과정에 투입할 자금이 부족해진다. 또한 회사를 매각하는 대주주의 입장에서는 이왕 팔아먹을 회사이므로 최대한 미래의 성장 잠재력과 현금을 미리 당겨서 빼먹고 파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회사는 M&A 직후 실적이 급감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런 이유로 인수측이 승자의 저주라는 함정에 종종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M&A 시 다음 3가지 전략을 유념하여 실행할 필요가 있다.

① 평소에 M&A 계획과 가능 업체 List 를 수립하고 장단점을 미리 분석하라.
갑자기 시장에 나온 매물을 인수하더라도 성공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급박한 인수 경쟁 속에서는 급매물에 대한 신속한 의사 결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 다만 그 전에 인수 대상 회사가 최초에 어떻게 탄생하였으며, 어떻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는지 오래 전부터 분석하여 미리 알고 있었다면 인수 경쟁에서 승리할 확률이 더욱 높을 것이다.
또한 인수 업체의 장단점 분석 시에는 파레토의 법칙 80-20 룰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즉, 업체 분석에는 20% 의 노력을 투입하여 80% 의 장단점 분석 결과를 도출하고, 나머지 80% 의 노력은 전체적인 전략 수립, 예를 들면 의사결정 단축과 이해관계자 설득, 인수 가격 책정과 협상 전략, 거래 비용 절감, 인수 후 통합 과정 대비 등에 투입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물론 의사결정권자의 성향이나 업체의 특성에 따라 나머지 80% 의 노력을 업체 분석에 대부분 투입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을 인수하는 등 잠재 리스크가 큰 기업 인수 시에는 자세한 분석이 전략 수립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하이테크 기업이나 적절한 현금 창출을 지속하고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과도한 분석 실사를 투자하면 할수록 마이너스 요인이나 리스크 요인만 더 크게 보이게 마련이다. 그러면 오히려 큰 숲을 바라보는 차원에서 인수 후 장점에 집중하지 못하고 세세한 나무 한 그루 한 그루의 성장 상태에만 집중하게 될 수 있다. 특히 위에서 과도한 분석과 정밀한 예측 결과를 다그친다면 담당 실무자 입장에서는 분석과 예측이 불가능한 부분에 대해서는 깔끔한 내용으로 포장하기 위해 기존 자료의 단편적 취사 선택이나 심지어는 자료 조작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상에 소개한 내용들은 바로 최근 국내외 사모펀드들이 실행하는 핵심적인 M&A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② 장밋빛 인수 시너지에 의존하지 말고 확실한 현금 가치에 의존하라.
경기가 어떻게 변동할지, 인수 후 회사의 실적과 주가가 어떻게 변할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다만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인수 대상 회사의 경영에 불합리한 낭비 요소가 많다거나, 이자 비용 지출이 일시적으로 과다하다거나, 인수 후 그 회사의 특정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거나, 인수 회사의 기술이 당장 자사의 영업에 보탬이 될 것이라는 등 눈앞에 환히 보이는 것만이 확실한 가치이다. 즉, 당장 손안에 떨어질 현금, ‘손안의 새 (Bird-in-the-hand)’를 기준으로 M&A 를 검토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다.

③ 스스로의 체력을 먼저 기른 후 대규모 / 해외 M&A 에 도전해야 하며, 궁중 정치를 경계해야 한다.
어떤 업종이든 해당 업종 1위의 기업이 M&A 에 나설 때 성공 확률이 가장 높다. 그만큼 경영에 대한 이해도가 깊고, 자신과 상대방의 강점과 약점을 잘 알고, 상호 어떤 시너지가 있는지 가장 잘 알고, 유사시 중점 투입할 수 있는 인적 물적 자원의 질과 양도 풍부하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자기 스스로의 내부적인 개선도 이뤄내지 못한 기업이 단순히 인수 합병만으로 대폭 개선을 이뤄내기는 쉽지 않다. 과거 한국의 대규모 M&A 사례 중 가장 성공한 사례로 현대자동차의 기아자동차 인수,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과 SK하이닉스 인수 등을 꼽을 수 있는 것은 이를 반증하는 것이다.
또한 해외 진출이나 대규모 M&A시에는 로스차일드 가의 5형제 사례처럼 직접 최상층 경영진이 현장에 뛰어들어야 하며 전담 조직을 구성하여야 한다. 최고 경영진의 참여와 전담 조직 구성은 기밀이 누설되는 것을 방지하며, 신속한 의사 결정을 가능하게 하며, 회사 내 타 조직의 개별적인 이기주의로 인한 정보의 왜곡이나 잡음을 방지할 수 있다. 또한 최고 경영진이나 M&A 전담 부서가 해당 M&A 결과에 대해 책임지고, PMI까지 연이어 추진하고, 정기적으로 M&A 결과에 대해 리뷰하고 논의할 때 성공하든 실패하든 그 경험이 회사의 진정한 자산으로 축적되는 것이다. ‘궁중 정치 (영어로 Palace Politics)’ 가 횡행하여 최상층 경영진이나 최고의 엘리트들이 멀리 해외 사업장의 신규 사업이나 지구 반대편 회사의 M&A 와 같이 힘들고 리스크가 큰 업무의 담당에 선뜻 나서기 싫어하는 기업 문화에서 공격적인 투자가 성공하기란 극히 어려운 일이다.

* 궁중 정치 (Palace Politics) : 황제나 대통령, 회장 등 최고권력자의 주위에서 하찮은 일을 하는 일정관리 비서, 편지나 명령서 대필 작성자, 명령 전달자 등이 때로 정상적인 권력 계통의 최고위층인 대신, 장관, 부회장이나 계열사 사장들보다 더 파워를 갖는 경우를 말한다. 궁중 정치가 극에 달하면 개인의 능력이나 인망보다는 얼마나 최고권력자를 자주 만나고 그 의중을 잘 파악하느냐에 따라 권력의 향방이 좌우되게 마련이다.

[ 그동안 ‘전략과 경제의 타임머신 – 못다한 이야기’ 칼럼을 애독해 주신 독자분들과 아시아헤럴드의 신진오 대표님 및 편집 담당 실무진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본 기사 및 원 저작물인 ‘전략과 경제의 타임머신에 올라타라’ 책에 대한 질문 및 의견은 bookdoo@gmail.com 으로 보내주시면 성실히 반영하거나 답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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